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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히코리 샤프트와 지금의 첨단 장비는 성능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감나무 소재로 만든 퍼시몬 드라이버로 고무줄을 감은 부드러운 코어의 와운드 볼을 칠 때와 460cc 체적의 티타늄 소재 헤드로 5피스의 볼을 치는 지금이 어떻게 똑같겠는가. 한때 온 몸을 비틀어 피니시에서 ‘역C자’를 만드는 게 이상적인 스윙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스윙과 피니시에서 ‘I자’를 만들면서 충분히 파워를 내는 모던 스윙이 각광을 받는다.
그러나 스윙 이론의 요체와 파워를 내고 축적하는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골프 레슨은 유행을 많이 타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원리와 내용이 적지 않다. 골프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골프의 탁월한 레슨과 이론 중에 오늘날에도 의미 있고 지지를 받는 레슨 10가지를 소개한다. 교습 프로가 자주 인용하는 스윙 이론을 과연 누가 언제 제시했는지 거슬러 올라가본다. 타이거 우즈와 벤 호건이 서로 대화하고, 아놀드 파머와 리키 파울러가 함께 공감하며 궁극적으로는 나와 보비 존스가 시대를 넘어 서로 통하는 골프라는 운동 역학의 핵심이다.
타이거 우즈와 벤 호건의 대화
1. 더글러스 에드거: 임팩트는 인에서 아웃으로
바든 그립의 창시자인 초창기 골퍼 해리 바든은 당시 더글러스 에드거라는 골퍼가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성 편력이 심한 에드거는 불의의 사고로 칼에 찔려 죽고 만다. 사망 당시 26세에 불과했지만 에드거는 죽기 한 해 전 『골프로 가는 문』이라는 레슨책을 내고 거기서 임팩트존에서 클럽 헤드를 인에서 아웃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자신의 스윙 비법을 밝혔다.
에드거의 비법 : 클럽 헤드는 임팩트 구간에서 안에서 바깥쪽으로 타깃 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임팩트 후에도 30cm 정도 바깥쪽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 비거리가 더 난다고만 전해지던 이 주장은 2008년 8월호 골프 다이제스트의 로봇 테스트에서 사실로 확인했다. 다운스윙에서 타깃의 안쪽 라인(인 궤도)에서 임팩트가 되고 바깥으로 나간 궤도로 볼을 치면 반대 경우보다 평균 42야드 더 날아갔다.
2. 바이런 넬슨: 왼 무릎이 타깃 방향으로
1912년 생으로 지금부터 100년 전 2월 5일에 태어난 바이런 넬슨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일 뿐만 아니라 현대 스윙의 아버지로 불린다. 1945년 한 해 11연승과 시즌 18승을 거둔 수퍼스타였다. 샤프트가 히코리에서 스틸로 바뀌던 용품의 대전환기에 넬슨이 있었다. 그는 전통적인 플랫 스윙 방법에서 다리와 발의 움직임에 중점을 둔, 하체가 중심이 되는 스윙으로 바꾸었다.
넬슨의 비법 : 백스윙을 할 때는 오른 다리가 쭉 펴지듯 업라이트 백스윙을 한다. 그런 뒤 다운스윙에서 왼쪽 무릎(하체)을 타깃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임팩트에 다가가라. 그리고 클럽 헤드가 가능한 오래 타깃 라인을 유지해야 한다.
3. 벤 호건: 유리판처럼 스윙하라
역시 100년 전 8월에 태어난 벤 호건은 현대 모던 스윙의 개척자다. 1956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지면을 통해 전설적인 기자 허버트 워렌 윈드, 일러스트레이터 앤소니 라비엘리와 함께 진행한 5부의 연재물이 특히 유명하다. 그 내용은 『파이브 레슨스: 현대 골프의 기본』이란 단행본으로 출간돼 큰 인기를 얻었다. 5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슨계의 최고 베스트 셀러로 꼽힌다.
벤 호건의 비법 : 호건은 ‘간단하고 강력한 스윙은 골퍼라면 누구나 배워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본 사항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가 제시한 이미지란 어깨 위에서 볼로 이어지는 유리판이다. 호건은 백스윙 할 때 왼손은 판유리를 옆에 댄 것 같은 정확한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볼과 백스윙 톱에서의 스윙 궤도를 그려보면 마치 하나의 2차원 유리판에서 스윙이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4. 지미 발라드: 겨드랑이를 붙여라
베이브 루스와 양키즈의 동료였던 샘 버드는 루스가 왼팔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왼쪽 겨드랑이 밑에 손수건을 끼고 스윙 연습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나중에 프로 골퍼로 전향한 샘은 베이브 루스와 같은 방법으로 스윙 연습을 했다. 40년 후 샘의 후계자인 지미 발라드는 이 아이디어를 골프에 결합했다. 그리고 그 이론은 할 서튼, 샌디 라일,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지미 발라드의 비법 : 스윙할 때 팔꿈치 위를 겨드랑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라. 팔은 가슴, 등 근육과 떨어져 움직여서는 안 된다. 팔은 힘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단지 몸의 회전에서 만들어지는 힘을 볼에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요즘도 신세대 골퍼인 키건 브래들리, 배상문이 아이언 샷에서 이 방식을 고수한다. 헤드 커버를 옆구리에 끼고 피니시에 가서야 떨어지도록 연습하면서 견고하고 일관된 샷을 연습했다.
5. 피터 빔스: 걸어 나가면서 피니시 하라
전성기 시절 게리 플레이어는 스윙 중에 타깃을 향해 걸어가면서, 그 힘을 이용해 볼을 더 멀리 치기 시작했다. 젊은 영국 출신 프로 선수인 피터 빔스는 등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방법이 등에 부담을 덜 줄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하고 좋은 샷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70년대 빔스는 플레이어와 함께 ‘워크 스루(Walk Through)’ 골프의 복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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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필 갈바노: 시계추 퍼팅
브룩클린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홉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난 필 갈바노는 6세 때부터 일을 했다. 그는 스스로 글을 깨쳤고 캐디를 거쳐 PGA프로가 됐고 맨해튼에 골프숍을 열기도 했다. 갈바노는 평생 4권의 레슨 서적을 썼는데 그중 두 권은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서인 『정확한 퍼팅과 치핑의 비밀』의 표지 사진을 보면 왼쪽 팔꿈치가 타깃 라인을 향해 아래 직선으로 내려와 있다. 이는 팔과 어깨를 이용한 스트로크의 순수한 형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오늘날 거의 모든 코치와 선수가 즐겨 인용하고 있다.
필 갈바노의 비법 : 퍼터를 타깃 라인을 따라 가능한 직선으로 움직인다. 왼쪽 팔꿈치는 홀을 향하게 고정하고 오른쪽 팔꿈치로 퍼터를 잡아당기면서 쭉 바로 밀어준다. 이는 마치 시계추가 양쪽으로 힘의 가감이나 템포의 변화 없이 일정하게 움직임을 상징하는 자세였다.
7. 짐 맥린: 백스윙의 X 팩터
골퍼들은 비거리는 백스윙을 크게 해 힙과 어깨를 최대한 회전하는 데서 나온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1991년 교습가인 짐 맥린과 마이클 맥타이그는 150명 투어 프로의 스윙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깨를 완전히 돌리는 한편 힙 회전은 상대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때 어깨와 힙의 회전 차이가 클수록 볼을 더 멀리 칠 수 있었다. 그들이 정한 레슨의 테마를 ‘X-팩터(Factor)’라 불렀다. 힙과 어깨 회전의 꼬인 각도를 그려보니 X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짐 맥린의 비법 : 백스윙을 하면서 힙을 약간 오른쪽으로 옮긴다. 오른발은 백스윙을 지탱하는 지주 역할을 한다. 이때 힙의 회전은 억제되므로 상체에서의 꼬임의 크기인 X-팩터가 증가한다. 비거리 증가에서 상하체가 얼마나 꼬이느냐(코일링)가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장타 대회에 나오는 선수의 절대적인 스윙 모델이 됐다.
8. 데이브 펠츠: 그린 브레이크의 진실
골프 교습에서 미국 NASA 소속 과학자 출신의 데이브 펠츠보다 더 반박의 여지가 없도록 공헌한 교습가는 드물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1995년 ‘테스트한 골퍼 전부가 퍼팅 브레이크를 잘못 읽는다’는 내용을 발표했을 때다. 펠츠에 따르면 대부분의 골퍼는 그린 브레이크를 적게 읽고 있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인 보상심리에서 볼을 칠 때 원하는 곳을 본다. ‘퍼팅에 대한 놀라운 진실’이라는 비디오에서 펠츠는 골퍼들의 브레이크 읽기 실수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데이브 펠츠의 비법 : 볼에서 브레이크의 정점까지 이르는 상상의 선을 홀과 평행한 지점까지 연장하라. 그 지점과 홀까지의 거리의 세 배가 되는 지점을 정하라. 그 곳을 향해 스트레이트로 수평 퍼팅을 한다. 그 지점이 바로 브레이크 포인트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스윙을 개발하라
9. 짐 하디: 스윙 면의 두 가지 이론
짐 하디와 존 안드라사니가 2005년 저술한 『골퍼들을 위한 스윙 면의 진실』에는 골퍼의 체격과 스윙 스타일에 따라 단일 스윙 면, 이중 스윙 면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단일 면 스윙의 대표 선수는 백스윙에서 왼팔, 어깨, 클럽이 하나로 이어진 벤 호건이고 이중 면 스윙은 체중과 팔의 궤도가 다르게 움직이는 톰 왓슨, 데이비스 러브 3세 등이다. 누구나가 똑같은 스윙을 이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에 따른 스윙을 개발하라는 여지를 넓혔다.
짐 하디의 비법 : 단일 면 스윙은 회전목마를 상상하면 된다. 테이크어웨이에서부터 어깨를 회전하면서 회전축을 이뤄가면 단일 면이다. 이중 면 스윙은 양팔과 어깨가 각기 다른 축을 가지고 돌아간다. 비교적 똑바로 선 자세에서 어깨는 수평에 가깝게 틀어주는 대신 팔은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회전한다.
10. 앤디 플러머 & 마이크 베넷: 스택 & 틸트
2007년 6월 골프다이제스트에서는 PGA투어에서 선수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걸고 기울이기(Stack & Tilt)’ 스윙을 특집으로 소개했다. 앤디 플러머와 마이크 베넷이란 교습가는 당시 투어 신인이던 애런 배들리를 2승으로 이끌었고 무려 20여명의 프로가 이걸 배우려고 몰려들었다.
앤디 플러머 & 마이크 베넷 비법 : 일반적인 스윙은 체중 이동을 중시하지만 스택 & 틸트 스윙에서는 체중을 앞 발에 두고 백스윙을 하면서 척추가 볼을 향해 기울어지는 자세를 띤다. 백스윙에서 왼쪽 어깨가 턱 아래로 돌아간다. 임팩트를 지나면서 몸을 곧게 세운다. 피니시에서 하체가 튀어 오르는 느낌이다. 스윙의 축이 왼발에서 모두 이뤄져 이전보다 스윙의 일관성이 높아졌다.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기자